
늘어나는 아파트 하자, 원인은 어디에 있나
1. 늘어나는 아파트 하자
아파트 하자가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하심위)가 하자로 판정한 아파트 사건은 2022년 285건에서 2025년 680건으로 3년 만에 2.4배가 됐다.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누적 판정은 1,952건, 연립·다세대·주상복합 등을 합친 집합건물 전체로 넓히면 4,155건에 이른다.
건설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날림공사가 늘어났을까? 일각에서는 신청 자체가 늘어난 결과라고 본다. 실제로 하자심사 신청은 같은 기간 1,144건에서 3,442건으로 세 배 늘었다. 제도가 알려지면서 문을 두드리는 입주민이 많아졌다는 해석이다. 그러나 신청이 늘어난 만큼 판정이 늘었다 해도, 한 해 680건의 하자가 공식 인정됐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680건은 입주민의 불만이 아니라 전문가 위원회가 “하자가 맞다”고 인정한 숫자다.

하자의 유형을 보면 기초 품질관리가 흔들리고 있음이 드러난다. 시공능력평가 상위 30개사 단지에서 하자로 판정된 세부사건 2,565건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은 결로(636건)였고, 기능불량(393건), 타일·도배·바닥재의 들뜸과 탈락(379건), 누수(214건)가 뒤를 이었다. 단열, 설비, 마감. 입주민이 매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는 부분이다.
추세도 의미심장하다. 결로 판정은 2022년 294건에서 2025년 77건으로 꾸준히 줄었다. 반면 2024년 한 해만 보면 들뜸·탈락 판정(178건)이 결로(120건)를 앞질렀다. 하자의 무게중심이 마감 공정으로 옮겨 가고 있다. 브랜드 프리미엄을 내세우는 대형 건설사에서 이런 기초 품질이 흔들린다는 점이 더 불안하다.
그런데 언론은 주로 하자 이후를 다룬다. 입주민과 건설사의 갈등, 판정 범위를 넘어선 보수 요구, 심사 절차가 단골 주제다. 모두 필요한 이야기지만, 정작 하자가 왜 늘었는지는 잘 묻지 않는다. 원인은 크게 세 갈래다. 사람, 시간과 돈, 그리고 감시.

2. 원인 ①: 숙련이 쌓이지 않는 현장
건설 현장은 오래전부터 숙련공 부족을 겪어 왔다. 청년 유입은 끊기고, 현장을 지켜 온 기능인력은 고령화됐다. 빈자리는 외국인 근로자가 채웠다. 공식 통계보다 실제 비중이 훨씬 높다는 말이 현장에서 공공연히 나온다.
문제는 국적이 아니라 숙련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다. 고용허가제(E-9)나 방문취업(H-2)으로 들어온 인력은 기본 3년, 연장해도 5년이 채 안 되는 기간만 머문다. 손에 기술이 붙을 즈음 떠난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외국인 근로자가 숙련공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10%에도 못 미친다고 분석한다.
여기에 언어 장벽이 더해진다. 건설 현장 조사 연구에서도 외국인 기능인력 관련 문제 가운데 의사소통 장애와 기능 수준이 31.4%로 가장 많이 꼽혔고, 기능 수준 문제는 내국인의 3배를 넘었다. 도면 해석과 공종 간 협의가 필요한 마감 작업에서 지시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현장은 늘 초보 인력을 새로 받아 가르치는 일을 되풀이한다.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숙련에 투자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품질이 나오지 않는다.

3. 원인 ②: 시간과 돈이 마감을 밀어낸다
2020년대 초 원자재값과 인건비가 급등했고, 고금리가 이어졌다. 개발사업은 토지 매입부터 브릿지론과 PF 대출로 굴러간다. 공기가 늘어질수록 이자가 쌓이니, 입주 날짜를 지키는 일이 품질보다 앞서기 쉽다.
공기 압박은 결국 마감 단계에서 터진다. 골조가 늦어지면 잃어버린 시간은 준공 직전으로 몰린다. 원래 미장, 타일, 도배, 가구, 전기, 설비가 순서대로 들어가야 하지만, 입주가 코앞이면 한 세대에 대여섯 공종이 동시에 들어간다. 먼저 붙인 타일과 마루가 다음 작업자의 발과 장비에 긁히고, 보양도 없이 작업이 이어진다. 2020년 한국건축시공학회지에 실린 연구도 입주 전 마감 하자 가운데 파손의 주된 원인을 후속 공종의 부주의로 분석했다. 들뜸, 오염, 스크래치 판정이 늘어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골조 쪽에서는 우천 타설이 대표적 문제로 꼽혀 왔다. 빗물이 섞이면 물-시멘트비가 흐트러져 강도가 떨어지고 균열 위험이 커진다. 정부는 2025년 1월부터 콘크리트 표준시방서를 고쳐 비가 올 때 타설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시간당 3mm 이하일 때만 감리 승인 아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별도 기준이 필요했을 만큼 흔한 관행이었다는 방증이다. 이제 관건은 현장에서 그 기준이 지켜지느냐다.
4. 원인 ③: 감시가 작동하지 않는 구조
다단계 하도급. 원청이 전문건설업체에 공종을 맡기고, 그 업체가 다시 작업팀에 넘기는 구조에서는 단계마다 비용이 빠진다. 말단 작업팀에 닿는 노무비와 자재비가 모자라면 싼 자재, 짧은 양생, 저임금 인력이라는 유혹이 커진다.
감리의 독립성. 감리는 부실을 막는 마지막 관문이지만, 감리비의 원천이 사업주체라는 구조적 한계가 오래 지적돼 왔다. 공사 중지나 재시공 명령처럼 공기를 늦추는 권한을 꺼내 들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용검사와 하자 판정의 틈. 사용검사는 설계대로 지었는지를 주로 확인할 뿐, 마감 완성도까지 세밀하게 걸러내기 어렵다. 하자가 생긴 시점과 원인을 가리는 기준도 분쟁 때마다 다툼거리가 된다. 판정 이후 보수를 둘러싼 2차 분쟁이 길어지는 배경이다.

5. 이제는 하자 관리도 경쟁력이다
지금까지 짚은 원인은 한국 건설업에 오래 뿌리내린 구조적 문제다. 하루아침에 풀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기에 나타난 현상을 두고 조치를 취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구조가 바뀌기 전까지는 드러난 하자를 정밀하게 기록하고 분석해, 각 주체에게 책임이 지워지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도 하자는 남는 장사가 아니다. 2024년 1분기 도급순위 상위 10개 건설사가 하자보수에 쓴 돈은 1,438억 원, 앞으로 쓸 비용으로 쌓아 둔 하자보수 충당부채는 2조 7,340억 원이었다(사업보고서 기준, 도로·교량 등 인프라 포함). 2026년 1분기에도 공사손실 충당부채는 줄어든 반면 하자 관련 충당부채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자 순위가 공개되면서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도 품질 이력이 무기가 됐다.
하자심사 분쟁 조정위심위도 하자 사례를 공유하고 보수 관리 교육을 여는 등 역할을 넓히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건설사별 하자 순위에 판정 건수뿐 아니라 보수 완료율과 처리 기간도 함께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잘 짓는 것 뿐만 아니라 끝까지 고치는 일도 중요하다. 하자 관리 또한 경쟁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