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인력시장이 비어간다
건설 인력난의 세 가지 원인
1. 남구로역의 새벽
서울 남구로역 일대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건설 인력시장이다. 새벽마다 천 명 넘는 사람이 모여 그날 일할 현장을 찾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모이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한국경제, 2021.11.4〕.
인력업체들은 갈수록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일당을 더 얹어 남의 현장 인력을 빼 가는 일도 벌어진다. 인건비는 10~20% 올랐다.
건설 현장의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내국인은 오래전부터 건설 일을 피해 왔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와 중국 동포가 채워 왔다. 코로나가 이 구조를 흔들었다.
2. 사람이 사라진 세 갈래 길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입국이 막히면서 그 수가 급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취업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1년 전보다 8만 명 줄었다〔한국경제, 2021.11.4〕. 산업계 전반이 구인난을 호소하는 이유다.
플랫폼 일자리로 옮겨간다
코로나로 배달과 물류가 커지면서 플랫폼 일자리가 빠르게 늘었다. 정부 조사에서 플랫폼 종사자는 지난해 22만 명에서 올해 66만 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준이 달라져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흐름은 분명하다〔동아일보, 2021.11.19〕. 원할 때 일하고 한 만큼 번다는 점, 건설 일보다 덜 고되다는 인식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대기업부터 시작해, 올해 7월 5~49인 사업장까지 넓어졌다. 같은 공사를 같은 기간에 끝내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귀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 수가 늘어난 셈이다. 최근에는 늘어난 인건비를 협력업체가 감당하지 못해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이 멈췄다는 보도도 나왔다〔매일경제, 2021.11.22〕.

3. 내년 1월, 또 하나의 변화
내년 1월 27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현장 안전의 책임을 경영의 맨 위까지 끌어올리는 법이다.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매일경제, 2021.11.21〕.
인력난은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근로자에게는 선택권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도 근로자의 시간과 안전을 지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방향은 옳다. 현장에서 사람이 다치지 않고, 쉴 시간이 보장되는 일은 건설업이 오래 미뤄온 숙제였다.
4. 사람이 떠난 자리를 무엇이 채우나
문제는 이 변화들이 한꺼번에 온다는 점이다. 사람은 줄고,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줄고, 사고에 대한 책임은 무거워진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덜 필요한 방식을 찾는다.
그 흐름은 이미 현장에 와 있다. 삼성물산은 시공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고, GS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도 현장 작업용 로봇을 개발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을 보호하려는 제도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시장이 함께 자동화를 앞당기고 있다.
자동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쪽은 사람을 대신할 기계를 들일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다. 52시간제로 늘어난 인건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안전 인력과 비용을 원청만큼 감당할 수 있는 협력업체는 많지 않다.
제도의 취지가 옳을수록 이행은 섬세해야 한다. 현장의 규모와 형편에 맞춘 단계적 적용, 안전 투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늘어난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계약 구조가 함께 가야 한다. 좋은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현장이 그 제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후속 정보]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까지 적용이 넓어졌다. 외국인 인력은 엔데믹 이후 다시 늘어, 정부는 2024년 고용허가제(E-9)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 5천 명으로 정했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 (2021.11.4), 동아일보 (2021.11.19), 매일경제 (2021.11.21, 11.22)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21.1.26 제정, 2022.1.27 시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