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4월 둔촌주공아파트_공사중단

현장이 멈춘다

인허가는 늘었는데 착공은 줄었다

 

1. 국내 최대 재건축 현장이 멈췄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중단됐다. 1만 2천 가구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다. 직접적인 원인은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다. 그러나 그 갈등이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른 공사 원가가 있다.

원가의 압박은 다른 현장에도 퍼지고 있다. 철근의 원료인 고철 가격은 63%, 시멘트 가격은 24% 올랐다.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맡은 일부 골조 업체들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작업을 멈췄다. 원자재값이 현장을 세우는 단계에 들어섰다.

2. 기대는 있다

지표만 보면 앞날이 어둡지는 않다. 주택 인허가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큰 흐름에서 인허가 물량은 2015년 이후 줄어 왔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7만 128호로 1년 전보다 17.2% 늘었다. 아파트는 5만 7,012호로 25.8% 증가했다. 수도권은 2만 5,959호로 15.5% 줄었지만, 지방은 4만 4,169호로 51.8% 늘었다.

정책 기대감도 크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면제받는 단지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업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49만 가구로 7년 만에 가장 많을 전망이다〔한국경제TV, 2022.4.20〕.

2022년4월_월간건설경제동향_건축물 착공면적

3. 그런데 착공은 줄었다

현실은 다른 지표에서 드러난다. 착공면적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과 가까운 미래의 공사 물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2월 착공면적은 1년 전보다 29.1% 줄었다. 1~2월 누계로도 18.5% 감소다. 실제로 삽을 뜬 현장이 작년보다 적다는 뜻이다.

건설사들의 체감도 같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하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3월 85.6으로 전월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CBSI는 기준선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보통 3월은 날이 풀리며 현장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올해는 거꾸로 갔다.

인허가는 늘고 분양 계획은 쌓이는데, 착공과 체감 경기는 뒷걸음질한다. 서류 위의 물량이 현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4. 사이를 막는 이름, 원자재

부동산 가격은 몇 년 사이 크게 올랐지만 건설사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함께 오르면서 원가가 이익을 갉아먹은 결과다. 업계는 하반기 일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당장 눈앞의 걱정은 시멘트다. 시멘트를 굽는 데 쓰는 유연탄은 그동안 러시아산 비중이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이 막혔고, 대안으로 꼽히던 호주산마저 현지 홍수 피해로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는 현재 재고로 5월까지 버틸 수 있다고 본다.

인허가와 분양 계획은 선행지표일 뿐이다. 그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자재가 제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현장에 닿아야 한다. 규제 완화로 길을 열어도 자재가 막히면 현장은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대책은 공급의 문턱을 낮추는 일만큼이나, 자재가 현장까지 흐르게 하는 일이다.


[후속 정보] 둔촌주공 재건축은 약 6개월 만인 2022년 10월 공사를 재개했고, 같은 해 12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라는 이름으로 분양한 뒤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2022년 한 해 건축 착공면적은 전년보다 18% 줄었고, 이듬해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주택 인허가 실적, 건축 착공 통계 (2022.2)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 (2022.3)
  • 한국경제TV (2022.4.20)

 

둔촌주공아파트_공사중단하고 유치권 행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