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충격, 누가 어떻게 버티나 — 레미콘에서 발주처까지
원가 충격, 누가 어떻게 버티나
레미콘에서 발주처까지
건설 원자재 가격 문제가 몇 달째 이어지고 있다. 이 칼럼에서도 2월부터 원자재 문제를 연이어 다뤄 왔다. 봄은 보통 분양 성수기이고 건설 경기도 살아나는 계절이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원가 충격은 건설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에게 닿지만, 버티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레미콘 업계, 전문건설사, 종합건설사, 발주처의 움직임을 차례로 살펴본다〔대한전문건설신문·철강금속신문, 2022년 3월 건설경제동향보고서 참고〕.
1. 레미콘: 원료도, 운송도 오른다
레미콘 가격은 이달 약 13% 올랐다. 시멘트를 굽는 데 쓰는 러시아산 유연탄 가격도 1분기보다 50% 뛰었다.
운송 쪽도 흔들린다. 레미콘 운송 기사들이 운송비 인상을 요구하며 5월 9일부터 운송을 멈췄다. 업계는 100곳이 넘는 대형 현장을 포함해 수천 곳의 현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산한다. 다행히 부산·경남 일부 지역과 제주에서는 협상이 타결돼 운송이 곧 정상화될 전망이다.
2. 전문건설사: 가장 아래에서 가장 크게 맞는다
가장 힘든 쪽은 전문건설업체다. 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1년 전보다 30~50% 올랐다. 크레인과 굴착기 같은 장비 임대료도 10% 넘게 올랐다.
그런데도 원청과의 계약서에는 '공사비 증액 불가', '물가 변동에 따른 금액 조정 금지' 같은 특약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자재업체는 오른 원가를 납품가에 반영하는데, 전문건설사는 그 오른 값을 원청에 넘기지 못한다. 위에서 받은 비용을 아래로 넘길 수 없는 자리다.
결국 실력 행사로 이어졌다. 호남·제주 지역 철근콘크리트 업체들은 지난 4월 200여 개 현장의 공사를 멈췄고, 5월에도 일부 현장에서 작업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3. 종합건설사: 계약서를 다시 묻는다
그동안 미온적이던 종합건설사들도 사태가 심각해지자 움직이기 시작했다. 업계는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금지' 특약이 정당한지 국토교통부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이런 특약이 한쪽에 현저히 불리하다면 건설산업기본법상 부당특약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현실은 간단하지 않다. 관급공사는 법령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물가가 오르면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민간공사 계약에는 물가 변동 배제 특약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고, 법원은 그동안 이런 특약을 유효로 본 사례가 많다. 행정 해석과 법원 판단이 엇갈리는 사이, 오른 원가를 누가 질지는 여전히 계약서의 문구와 협상력에 달려 있다.

4. 발주처: 분양 일정을 늦춘다
지난해 뜨거웠던 청약 열기도 한풀 꺾였다. 시행사들은 분양 대금 일부를 대출로 돌려주는 등 계약 조건을 완화하며 수요자를 붙잡고 있다. 정비사업에서는 시공사 입찰에 건설사가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사례도 나온다. 오른 공사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신호다.
분양가 상한제 개편 이야기가 나오면서 아예 분양 일정을 미루는 곳도 늘었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를 더한 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묶는 제도다. 원자재값이 이렇게 뛰는 시기에는 상한선이 현실의 원가를 따라가지 못한다. 업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고, 국토교통부는 관계 부처와 개선안을 협의하고 있다.
원가 충격은 사슬을 따라 내려온다
네 주체를 나란히 놓으면 흐름이 보인다. 원가 상승은 자재업체에서 시작해 계약 사슬을 따라 아래로 내려온다. 각 고리는 계약서와 협상력이 허락하는 만큼만 비용을 넘긴다. 그리고 더 넘길 곳이 없는 자리에서 현장이 멈춘다. 물가 변동을 계약에 반영하는 규칙이 분명해지지 않는 한, 같은 장면은 원가가 오를 때마다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후속 정보] 2022년 6월 정부는 분양가 상한제를 개편해 정비사업의 이주비·명도소송비 등을 가산비에 반영하고, 자재값 급등 시 기본형 건축비를 수시로 조정할 수 있게 했다. 2023년 10월에는 원자재 가격 변동을 하도급 대금에 반영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시행됐다.
참고자료
- 대한전문건설신문, 철강금속신문 (2022.3~5)
- 대한건설협회, 2022년 3월 월간건설경제동향보고서
현장이 멈춘다 — 인허가는 늘었는데 착공은 줄었다
현장이 멈춘다
인허가는 늘었는데 착공은 줄었다
1. 국내 최대 재건축 현장이 멈췄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중단됐다. 1만 2천 가구가 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 단지다. 직접적인 원인은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갈등이다. 그러나 그 갈등이 이렇게까지 커진 배경에는 가파르게 오른 공사 원가가 있다.
원가의 압박은 다른 현장에도 퍼지고 있다. 철근의 원료인 고철 가격은 63%, 시멘트 가격은 24% 올랐다.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맡은 일부 골조 업체들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작업을 멈췄다. 원자재값이 현장을 세우는 단계에 들어섰다.
2. 기대는 있다
지표만 보면 앞날이 어둡지는 않다. 주택 인허가는 대표적인 선행지표다. 큰 흐름에서 인허가 물량은 2015년 이후 줄어 왔지만, 최근 다시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집계에 따르면 2월 전국 주택 인허가는 7만 128호로 1년 전보다 17.2% 늘었다. 아파트는 5만 7,012호로 25.8% 증가했다. 수도권은 2만 5,959호로 15.5% 줄었지만, 지방은 4만 4,169호로 51.8% 늘었다.
정책 기대감도 크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는 재건축 규제 완화를 준비하고 있다. 일부는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다.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을 완화하고,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을 면제받는 단지를 늘리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업계는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분양 예정 물량은 49만 가구로 7년 만에 가장 많을 전망이다〔한국경제TV, 2022.4.20〕.
3. 그런데 착공은 줄었다
현실은 다른 지표에서 드러난다. 착공면적은 먼 미래가 아니라 지금과 가까운 미래의 공사 물량을 보여주는 지표다. 올해 2월 착공면적은 1년 전보다 29.1% 줄었다. 1~2월 누계로도 18.5% 감소다. 실제로 삽을 뜬 현장이 작년보다 적다는 뜻이다.
건설사들의 체감도 같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조사하는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CBSI)는 3월 85.6으로 전월보다 1.5포인트 떨어졌다. CBSI는 기준선 100을 밑돌면 경기를 나쁘게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뜻이다. 보통 3월은 날이 풀리며 현장이 늘어나는 시기인데, 올해는 거꾸로 갔다.
인허가는 늘고 분양 계획은 쌓이는데, 착공과 체감 경기는 뒷걸음질한다. 서류 위의 물량이 현장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4. 사이를 막는 이름, 원자재
부동산 가격은 몇 년 사이 크게 올랐지만 건설사의 실적은 신통치 않다. 국제 원자재 가격과 유가가 함께 오르면서 원가가 이익을 갉아먹은 결과다. 업계는 하반기 일감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당장 눈앞의 걱정은 시멘트다. 시멘트를 굽는 데 쓰는 유연탄은 그동안 러시아산 비중이 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급이 막혔고, 대안으로 꼽히던 호주산마저 현지 홍수 피해로 공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업계는 현재 재고로 5월까지 버틸 수 있다고 본다.
인허가와 분양 계획은 선행지표일 뿐이다. 그 물량이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려면 자재가 제때, 감당할 수 있는 가격에 현장에 닿아야 한다. 규제 완화로 길을 열어도 자재가 막히면 현장은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대책은 공급의 문턱을 낮추는 일만큼이나, 자재가 현장까지 흐르게 하는 일이다.
[후속 정보] 둔촌주공 재건축은 약 6개월 만인 2022년 10월 공사를 재개했고, 같은 해 12월 '올림픽파크 포레온'이라는 이름으로 분양한 뒤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했다. 2022년 한 해 건축 착공면적은 전년보다 18% 줄었고, 이듬해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주택 인허가 실적, 건축 착공 통계 (2022.2)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 (2022.3)
- 한국경제TV (2022.4.20)

전쟁의 그림자, 현장의 자재값을 흔든다

전쟁의 그림자, 현장의 자재값을 흔든다
1. 다시 금을 사라는 신문
'다시 돌아온 금의 시간.' 요즘 경제면에 자주 보이는 제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 위기 때문이다. 금은 최후의 안전자산으로 불린다. 세상이 불확실할수록, 화폐 가치가 떨어질수록 사람들은 금으로 자산을 지키려 한다. 가뜩이나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지정학 위기까지 겹쳐 왔다.
갈등의 핵심은 우크라이나가 어느 쪽에 설 것인가다. 소련이 해체된 뒤 독립한 나라 가운데 발트 3국은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했다. 우크라이나도 가입을 희망해 왔고, 러시아는 이를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본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댄 요충지이자, 세계적인 곡창지대다. 러시아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이유다.
2. 가장 먼저 흔들리는 품목
경제는 연결되어 있어서, 결국에는 대부분의 가격이 영향을 받는다. 그 가운데 먼저 흔들리는 품목들이 있다.
국제유가. 러시아는 세계 원유 교역량의 10%가 넘는 물량을 수출한다. 2월 22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분리주의 지역에 병력 진입을 명령하자,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가 장중 4% 가까이 올랐다.
곡물. 러시아는 세계 1위의 밀 수출국이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했을 때도 세계 밀 가격이 급등했다.
천연가스. 러시아에서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이 여러 개 있다. 유럽은 천연가스 소비의 40% 정도를 러시아에 기대고 있다.
알루미늄. 러시아는 세계 알루미늄의 6% 안팎을 생산하는 주요 공급국이다. 알루미늄은 제련 과정에 전기가 매우 많이 드는 금속이라,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함께 오른다. 공급 차질과 에너지 비용 상승을 동시에 맞는 품목이다.
3. 건설 현장에 닿은 충격
건설 현장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품목은 알루미늄 거푸집, 알폼이다. 알폼 임대료는 지난해 ㎡당 4만 3천 원에서 올해 초 6만 5천 원으로 51.5% 올랐다.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물량 자체가 불확실하다. 지난해 철근 대란으로 공사가 늦어지면서 현장에 나간 알폼이 제때 돌아오지 못했다. 그런데 올해 멈췄던 타설이 한꺼번에 재개되면서, 신규 수주를 받지 못하는 곳은 물론 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e대한경제, 2022.2.15〕.
다른 자재도 줄줄이 오른다. 석고보드를 만드는 KCC는 제품 가격 15% 인상을 통보했다. 레미콘 업계는 건설자재직접구매협의회에 공문을 보내 25% 인상을 요구했다〔e대한경제, 2022.2.18〕.
4. 지금 챙겨야 할 것들
인플레이션 우려는 이미 몇 달 전부터 나왔다. 미리 금을 사 둔 사람이 자산을 지켰듯, 미리 자재를 챙긴 현장이 이번 충격을 덜 받는다. 지난해 철근 대란을 떠올리면, 자재 공급이 막혔을 때 공기가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지 알 수 있다.
현장이 지금 점검할 일은 세 가지다.
확보. 공정상 필요한 핵심 자재의 물량과 반입 시점을 다시 확인하고, 가능한 범위에서 미리 확보한다.
대체. 같은 성능을 내면서 가격 변동이 덜한 자재나 공법이 있는지 검토한다. 자재 사용량 자체를 줄이는 방법도 대체의 한 방식이다.
계약. 공공공사라면 계약 후 90일이 지나고 자재·인건비 등이 3% 이상 변동했을 때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 하도급 계약에도 물가 변동을 반영할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 두어야 한다. 오른 비용을 누가 질지는 결국 계약서가 정한다.
물론 개별 업체가 감당할 수 없는 큰 흐름이다. 그래도 흐름을 미리 읽고 준비한 현장과 그렇지 않은 현장의 차이는 분명히 남는다.
[후속 정보]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3월 초 브렌트유는 배럴당 130달러를 넘었고 알루미늄 가격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어진 고물가와 금리 인상은 2022~2023년 건설 착공의 급감으로 이어졌다.
참고자료
- e대한경제 (2022.2.15, 2.18)
-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2022.1.26)
ESG, 작은 건설사에도 온다
ESG, 작은 건설사에도 온다
1. 남극에서 온 경고
남극에는 '스웨이츠'라는 거대한 빙하가 있다. 크기가 한반도와 비슷해 '종말의 날 빙하'로도 불린다. 최근 미국지구물리학회에서 이 빙하 앞쪽에 떠 있는 빙붕이 3~5년 안에 부서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빙붕은 빙하가 바다로 미끄러져 내려가는 속도를 붙잡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이 브레이크가 사라지면 빙하의 붕괴가 빨라지고, 주변 빙상까지 무너질 경우 해수면이 3m 넘게 오를 수 있다는 경고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고, 기업을 보는 기준도 바뀌고 있다. 요즘 경제 뉴스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단어가 ESG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글자다. 이제 ESG는 하면 좋은 일 정도가 아니다. ESG 경영이 부족한 기업에는 투자를 하지 않는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2.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온도차
건설업계는 어떨까. 올해 7월 건설산업연구원의 설문조사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ESG를 체감하는 정도가 확연히 달랐다〔중소기업신문, 2021.7.12〕. 대형 건설사는 ESG 경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이었다.
반면 중소 건설사들은 수익성 위주의 내실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ESG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도입할 여력은 없다는 분위기다. 설문에 참여한 비교적 규모 있는 회사들이 이 정도라면, 소규모 전문건설사에게 ESG는 아직 낯선 단어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작은 회사를 돕는 움직임은 시작됐다. 포스코건설과 호반건설 같은 대형사는 협력사의 ESG 도입 지원에 나섰다. IBK기업은행은 중소기업 ESG 무료 진단과 맞춤형 컨설팅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정부는 이달 산업통상자원부를 통해 국내 실정에 맞춘 'K-ESG 가이드라인'을 내놓았고, 수출 중소기업부터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3. 평가는 거래를 타고 내려온다
작은 회사라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ESG 평가는 대기업 하나에서 끝나지 않고 거래 사슬을 따라 내려오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자신의 ESG 점수를 지키기 위해 협력사의 환경·안전·노동 관리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회사나 수출 기업은 ESG 대응이 미흡하면 거래에서 밀려날 수 있다.
걱정만 할 일은 아니다. ESG의 'S'와 'G'에는 공정거래와 상생이 들어 있다. 대기업과의 관계에서 중소기업은 오랫동안 갑질, 부당한 납품단가, 기술 탈취에 시달려 왔다. 공정한 기업에 투자가 몰리는 문화는 이런 불공정 행위를 견제하는 수단이 된다. 작은 회사에게 ESG는 부담이면서 동시에 방패다.
4. 작은 회사가 먼저 할 수 있는 일
ESG를 준비한다고 해서 거창한 보고서부터 쓸 필요는 없다. 좋은 중소기업은 이미 ESG의 상당 부분을 하고 있다. 현장 안전을 챙기고, 품질을 지키고, 거래처와 약속한 납기와 대금을 지킨다. 문제는 그 일들이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평가하는 쪽은 기록을 본다. 안전 교육을 몇 번 했는지, 품질 시험 성적서를 어떻게 관리하는지,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가 문서로 남아 있어야 점수가 된다. 지금 하는 일을 기록하는 습관이 작은 회사의 첫 번째 ESG다.
"얼마 남는가"만 묻던 시장이 "어떻게 만들었는가"를 묻기 시작했다. 품질과 안전으로 버텨 온 회사에게는 오히려 기회다. 변화의 초입에 먼저 움직이는 회사가 다음 거래의 명단에 남는다.
[후속 정보] 2023년 10월, 금융위원회는 2025년부터 예정됐던 국내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미뤘다. 반면 유럽연합은 2024년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지침(CSDDD)을 채택해, 대기업이 공급망 전반의 인권·환경 실사 책임을 지도록 했다.
참고자료
- 미국지구물리학회(AGU) 연례회의 발표 (2021.12)
- 중소기업신문 (2021.7.12)
- 산업통상자원부, K-ESG 가이드라인 (2021.12)
새벽 인력시장이 비어간다 — 건설 인력난의 세 가지 원인
새벽 인력시장이 비어간다
건설 인력난의 세 가지 원인
1. 남구로역의 새벽
서울 남구로역 일대는 수도권에서 가장 큰 건설 인력시장이다. 새벽마다 천 명 넘는 사람이 모여 그날 일할 현장을 찾던 곳이다. 그런데 최근 이곳에 모이는 인원이 크게 줄었다〔한국경제, 2021.11.4〕.
인력업체들은 갈수록 사람 구하기가 어렵다고 말한다. 일당을 더 얹어 남의 현장 인력을 빼 가는 일도 벌어진다. 인건비는 10~20% 올랐다.
건설 현장의 구인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힘들고 위험하다는 인식 탓에 내국인은 오래전부터 건설 일을 피해 왔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근로자와 중국 동포가 채워 왔다. 코로나가 이 구조를 흔들었다.
2. 사람이 사라진 세 갈래 길
외국인 근로자가 들어오지 못한다
외국인 근로자는 제조업과 건설업의 중요한 한 축이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입국이 막히면서 그 수가 급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취업 자격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1년 전보다 8만 명 줄었다〔한국경제, 2021.11.4〕. 산업계 전반이 구인난을 호소하는 이유다.
플랫폼 일자리로 옮겨간다
코로나로 배달과 물류가 커지면서 플랫폼 일자리가 빠르게 늘었다. 정부 조사에서 플랫폼 종사자는 지난해 22만 명에서 올해 66만 명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준이 달라져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흐름은 분명하다〔동아일보, 2021.11.19〕. 원할 때 일하고 한 만큼 번다는 점, 건설 일보다 덜 고되다는 인식이 사람을 끌어당긴다.
일하는 시간이 줄었다
주52시간제는 2018년 대기업부터 시작해, 올해 7월 5~49인 사업장까지 넓어졌다. 같은 공사를 같은 기간에 끝내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이 귀한 시기에 필요한 사람 수가 늘어난 셈이다. 최근에는 늘어난 인건비를 협력업체가 감당하지 못해 신고리 원전 건설현장이 멈췄다는 보도도 나왔다〔매일경제, 2021.11.22〕.

3. 내년 1월, 또 하나의 변화
내년 1월 27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다. 사망사고 같은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 현장 안전의 책임을 경영의 맨 위까지 끌어올리는 법이다. 건설사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매일경제, 2021.11.21〕.
인력난은 기업에는 부담이지만, 근로자에게는 선택권이 생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제도도 근로자의 시간과 안전을 지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방향은 옳다. 현장에서 사람이 다치지 않고, 쉴 시간이 보장되는 일은 건설업이 오래 미뤄온 숙제였다.
4. 사람이 떠난 자리를 무엇이 채우나
문제는 이 변화들이 한꺼번에 온다는 점이다. 사람은 줄고, 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시간도 줄고, 사고에 대한 책임은 무거워진다. 기업은 자연스럽게 사람이 덜 필요한 방식을 찾는다.
그 흐름은 이미 현장에 와 있다. 삼성물산은 시공 로봇을 현장에 투입했고, GS건설·현대건설·포스코건설도 현장 작업용 로봇을 개발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을 보호하려는 제도와 사람을 구하기 어려운 시장이 함께 자동화를 앞당기고 있다.
자동화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흔들리는 쪽은 사람을 대신할 기계를 들일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다. 52시간제로 늘어난 인건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할 안전 인력과 비용을 원청만큼 감당할 수 있는 협력업체는 많지 않다.
제도의 취지가 옳을수록 이행은 섬세해야 한다. 현장의 규모와 형편에 맞춘 단계적 적용, 안전 투자에 대한 실질적 지원, 늘어난 비용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는 계약 구조가 함께 가야 한다. 좋은 제도가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현장이 그 제도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후속 정보] 2022년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고, 2024년 1월 27일부터는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공사금액 50억 원 미만 공사)까지 적용이 넓어졌다. 외국인 인력은 엔데믹 이후 다시 늘어, 정부는 2024년 고용허가제(E-9) 도입 규모를 역대 최대인 16만 5천 명으로 정했다.
참고자료
- 한국경제 (2021.11.4), 동아일보 (2021.11.19), 매일경제 (2021.11.21, 11.22)
-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21.1.26 제정, 2022.1.27 시행)

중소기업이 원가를 떠안는다

중소기업이 원가를 떠안는다
원자재값 상승과 중소기업
1. "비용을 넘길 수 있는 회사를 사라"
물가가 오르는 시기에 투자 업계에서 자주 나오는 격언이 있다. 비용을 전가할 수 있는 업종에 투자하라. 원가가 오른 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회사는 물가가 올라도 이익을 지킨다는 뜻이다.
비용을 얼마나 넘길 수 있는지는 시장 구조가 정한다. 공급자가 몇 곳뿐인 과점 시장에서는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바로 얹을 수 있다. 철강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경쟁자가 많은 시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는 순간 거래처를 잃을 수 있다. 같은 원가 상승을 겪어도, 어떤 회사에는 기회가 되고 어떤 회사에는 부담이 된다.
투자자에게는 좋은 격언이다. 그러나 비용을 넘겨받는 쪽에서 보면 쓰린 말이다.
2. 비용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건설 자재의 비용은 사슬을 따라 내려온다.
맨 위에는 원료 공급사가 있다. 국내 철강재 공급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소수 대기업이 이끄는 과점 시장이다. 그 아래에서 중소제조업체가 원료를 사서 제품을 만들고, 다시 대기업이나 그 협력업체에 납품한다. 건설 현장에서는 원청이 발주자와 계약하고, 전문건설업체가 원청에게서 공사를 받아 실제로 시공한다.
지금은 이 사슬 위쪽의 힘이 특히 세다. 코로나 이후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이어지고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면서,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공급사가 원료 가격을 올리면 중소제조업체는 다른 선택지가 없다. 올린 값 그대로 사야 한다.
문제는 아래로 넘길 때다. 중소제조업체의 납품처는 대개 자신보다 큰 대기업이나 그 협력업체다. 협상력에서 밀린다. 경쟁사들이 가격을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살펴야 한다. 오른 원료값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렵다.
전문건설업체도 사정이 같다. 오른 자재값을 반영해 시공하려면 원청과 부딪친다. 원청은 또 발주자와 맺은 계약에 묶여 있다. 협의로 잘 풀리면 다행이지만, 그 과정에서 손해는 대개 덩치가 작은 쪽으로 간다. 비용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가장 아래에서 고인다.
3. 같은 시장, 엇갈린 장부
사슬의 위쪽은 호황이다. 포스코의 연결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1,677억 원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2분기에는 2조 원을 넘겼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반기 실적은 더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시기, 사슬 아래쪽의 중소기업들은 오른 원가를 감당하느라 이익을 깎아내고 있다.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한쪽 장부에서는 이익으로, 다른 쪽 장부에서는 손실로 찍힌다.
4. 시장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이성만 의원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 피해를 줄일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납품 단가도 함께 조정되도록 하는 장치, 이른바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요구가 꾸준히 나오는 배경이다.
가격은 시장이 정해야 하고, 정부가 개입하면 거래가 경직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가격이 오른 데 있지 않다. 오른 가격을 나눠 지는 힘이 한쪽으로 쏠려 있다는 데 있다. 협상력이 한쪽에 몰린 시장에서 '자율 협의'는 사실상 약한 쪽의 양보를 뜻한다.
원가 상승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다만 그 부담이 사슬의 가장 아래에 고이지 않도록 나누는 규칙은 만들 수 있다. 덩치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원가를 떠안는 구조라면, 그 구조부터 손봐야 한다.
[후속 정보] 2023년 10월, 원자재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납품대금을 조정하도록 하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상생협력법과 하도급법 개정으로 시행됐다. 한편 포스코는 2021년 연결 영업이익 9조 2,381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참고자료
- 포스코 2020년 실적발표 기업설명회 (2021.1.28)
-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2021.10)
레미콘이 멈추는 이유 — 12년째 묶인 믹서트럭
레미콘이 멈추는 이유
12년째 묶인 믹서트럭
레미 콘만 웃지 못한다
건설 경기가 뜨겁다. 한국건설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8월 건설업 취업자 수는 215만 명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착공 물량이 늘면서 철근, 시멘트 같은 건설 자재 업계도 바쁘다.
그런데 레미콘 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수요가 넘치는데도 웃지 못한다. 원가는 오르고, 만들어도 실어 나를 차가 모자라기 때문이다.
원가부터 보자. 시멘트와 골재 가격이 올랐고, 수도권 레미콘 가격도 10월 1일부터 약 4.9% 오른다. 그러나 레미콘 업계의 진짜 고민은 원자재보다 운송에 있다.
레미콘은 길 위에서 시간과 싸운다
레미콘은 공장에서 반죽을 마친 순간부터 굳기 시작한다. KS 기준은 비비기 시작부터 현장 배출까지 원칙적으로 90분 안에 끝내도록 정한다. 미리 만들어 쌓아둘 수 없고, 다른 수단으로 옮길 수도 없다. 믹서트럭이 유일한 운송 수단이다.
그래서 레미콘의 공급 능력은 공장 설비가 아니라 믹서트럭 대수가 결정한다. 수요가 늘어도 차가 없으면 팔 수 없다. 레미콘 업체들이 호황기에도 섣불리 설비를 늘리지 못하는 이유다.
2009년부터 묶인 믹서트럭
믹서트럭은 마음대로 늘릴 수 없는 차다. 정부는 건설기계의 공급 과잉을 막기 위해 2009년 수급조절 제도를 도입했고, 덤프트럭과 함께 믹서트럭의 신규 등록을 제한해 왔다. 2년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위원회가 연장 여부를 정한다.
올해가 그 결정의 해였다. 공급 부족을 호소해 온 레미콘 업계는 증차를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국토교통부는 신규 등록 제한을 2023년 7월까지 다시 연장했다. 연구용역 결과 향후 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믹서트럭은 12년째 2만 6천여 대 수준에 묶여 있다.
차가 귀해지면 운송사업자의 협상력이 커진다. 운송비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으로 이어진다. 대구에서는 올해 6월부터 한 달 가까이 레미콘 운송이 멈췄다. 레미콘 업체의 97%가 중소기업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작은 업체들은 수억 원의 손실을 떠안는다. 현장은 타설 일정이 밀리면서 공기 전체가 흔들린다.
현장과 책상의 거리
운송사업자 쪽에도 사정은 있다. 차가 늘면 일감을 두고 덤핑 경쟁이 벌어지고, 할부로 차를 산 기사들이 빚을 떠안게 된다. 수급조절 제도가 생긴 이유도 거기에 있다. 국토부는 이번에 교체 등록을 3년 이내 연식의 신차로만 허용하고, 운행하지 않는 차량은 직권 말소하는 보완책도 내놓았다.
그러나 보완책은 이미 있는 2만 6천 대를 더 잘 굴리는 방법일 뿐, 늘어난 수요를 감당하는 방법은 아니다. 착공 물량이 늘어나는 해에 공급 수단을 12년 전 수준으로 묶어두면, 병목은 어디선가 반드시 터진다. 현장에서는 보낼 차가 없다고 호소하는데, 연구 보고서는 수급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둘 중 하나가 틀렸다면, 매일 타설 일정을 맞추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 무게를 둬야 한다.
함께 사는 방법
운송비 인상은 어느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믹서트럭 증차는 다르다. 공기와 직결되고, 공기는 건설사와 발주처, 결국 입주자의 비용으로 이어진다. 수요에 맞춰 차량이 늘어야 레미콘 공급이 안정되고, 안정된 공급이 운송사업자의 일감도 지킨다.
운송사업자와 노조는 파업보다 오래 함께 갈 수 있는 협상 방식을 찾아야 한다. 국토부도 2년 뒤 결정에서는 현장의 숫자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12년째 교체 없이 달리는 차량의 노후화도 그 숫자 가운데 하나다.
[후속 정보] 2023년 결정에서 덤프트럭과 콘크리트펌프는 신규 등록이 일부 허용됐지만, 믹서트럭은 동결이 유지됐다. 2025년 8월에도 2년 연장이 결정되면서, 믹서트럭은 2009년 이후 최대 18년간 신규 등록이 막히게 됐다.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2021년 건설기계 수급계획 의결 (2021.7)
- 한국건설신문 (2021.9.15, 9.16)
- 민주신문 (2021.7.26)
- 한국일보 (2021.6.9), 한국경제 (2021.6.9)
건설 경기의 '구리'를 찾아서 — 착공면적과 분양물량으로 내다보는 자재 수요

건설 경기의 '구리'를 찾아서
착공면적과 분양물량으로 내다보는 자재 수요
경제 기사에는 '닥터 코퍼(Dr. Copper)'라는 별명이 자주 등장한다. 구리 가격이 세계 경기의 흐름을 먼저 알려준다는 뜻이다. 구리는 전선, 자동차, 전력망, 전자제품에 두루 쓰이는 대표적인 산업용 금속이다. 공장이 많이 돌아가면 구리 수요가 늘고, 가격이 오른다. 그래서 구리 가격의 움직임은 경기가 살아나는지 식는지를 미리 읽는 신호로 쓰인다.
건설 자재를 다루는 입장에서도 이런 신호가 필요하다. 올해처럼 철근 가격이 치솟고 물량 확보가 어려운 해에는 더 그렇다. 수요가 언제 늘고 줄지 미리 짐작할 수 있다면, 자재를 언제 얼마나 확보할지 판단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건설에서 구리 역할을 하는 지표로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건축 착공면적과 아파트 분양물량이다.
착공면적: 몇 달 뒤를 본다
건축 착공면적은 실제로 공사에 들어간 건축물의 면적을 집계한 수치다. 국토교통부가 분기마다 발표한다.
착공은 건설경기와 거의 같은 시점에 움직이는 지표로 분류되지만, 자재의 관점에서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착공 신고 후 터파기와 기초 공사를 거쳐 골조 공사에 들어가야 철근이 본격적으로 투입된다. 착공면적이 늘었다면 몇 달 뒤 철근과 레미콘 수요가 따라 늘어난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다.
규모를 가늠해 보자. 2019년 착공면적은 약 1억 929만㎡였다. 2020년에는 약 1억 2,350만㎡로 13% 가까이 늘었다. 올해 상반기 착공면적은 약 6,660만㎡다. 단순히 두 배로 잡아도 연간 1억 3,300만㎡ 안팎으로, 지난해보다 8%가량 많다.
착공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가까운 미래에 공사 물량이 많다는 뜻이다. 자재 수요도 그만큼 늘어난다.
분양물량: 2년 뒤를 본다
더 먼 미래를 보려면 아파트 분양물량을 봐야 한다.
국내 아파트는 대부분 선분양 방식으로 지어진다. 건설사는 분양으로 공사비를 먼저 확보하고, 그 뒤에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 그래서 분양이 이뤄진 시점과 철근이 대량으로 쓰이는 시점 사이에는 1~2년의 시차가 생긴다.
과거 데이터가 이 시차를 잘 보여준다. 신한금융투자 자료에 따르면, 아파트 분양이 크게 늘었던 2015년 이후 철근 내수는 2017년 약 1,250만 톤으로 고점을 찍었다. 반대로 2018년 분양물량이 30만 세대 수준으로 줄자, 철근 수요는 2020년까지 내리 감소했다.
지금은 다시 반등 구간이다. 2020년 분양물량은 36만 세대 안팎으로 늘었고, 올해는 46만 세대 수준이 예상된다. 과거의 시차를 그대로 적용하면, 적어도 2023년까지는 건설 물량이 받쳐줄 가능성이 높다.
지표는 방향을 알려줄 뿐이다
다만 선행지표는 방향을 알려줄 뿐,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금리가 오르거나 자재 가격이 지나치게 뛰면, 분양을 마친 사업도 착공이 미뤄질 수 있다. 정책 변화도 변수다. 지표가 보내는 신호를 읽되, 금리와 자재값의 흐름을 함께 지켜봐야 판단이 정확해진다.
그럼에도 두 지표를 꾸준히 지켜보는 일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착공면적으로 몇 달 뒤를, 분양물량으로 2년 뒤를 가늠하면, 자재 확보 시점과 물량을 감이 아닌 근거로 정할 수 있다. 여기에 철근 가격 흐름까지 함께 보면 그림이 더 선명해진다.
소규모 건설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하루살이 같다'고 토로하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일감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 때문이다. 지표가 모든 불안을 없애주지는 못한다. 그래도 앞을 조금이라도 내다볼 수 있다면, 오늘을 버티는 힘이 된다. 앞으로 몇 해는 현장에 일감이 넉넉하기를 바란다.
[후속 정보] 2021년 착공면적은 전망대로 늘었다. 그러나 금리가 오르고 자재값이 뛰면서 2022년 착공은 18% 줄었고, 2023년에는 9월까지 40% 넘게 급감했다. 선행지표의 신호를 금리와 비용이 뒤집은 사례다.
참고자료
- 국토교통부, 건축 인허가·착공·준공 현황 (2019~2021년 상반기)
- 신한금융투자, 철강 업종 분석 자료 (분양물량과 철근 내수 추이)























